복담
감로수 (甘露水) 아침을 깨우는 참새 소리 본문
2023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윤연옥
외갓집
윤연옥
낡은 일기장에는
작은 파편들이 널려있고
가을이 데려 온 바람
놀다간 자리서 햇볕 냄새가 난다
툇마루서 뒹굴던 고슬한 추억
손바닥으로 만지고 쓸어보면
햇살처럼 보드랍고 따뜻해
속절없이 내려놓는 한조각 그리움
찬바람 불어 시린 속
일상 허기 달래면
동강 난 필름
마주보고 웃는다
장독대 항아리 속 웅크리고 있던 홍시
외할머니 손에서 단내를 풍기고
까치밥 쪼던 까치
한낮 풍경이 되다
꼬물대며 하냥 기어가는
사랑의 자취들
우화의 날갯짓 소리에
불빛 찬란하게 몸 바꾼 뜨락
가뭇없이 떠나가는
파편 한 조각 집어 들고
무심의 공덕이라
해조음에 하늘만 본다
열정
봄 햇살이 머물다 간 자리
따끈해진 돌방석에
흙냄새가 더해졌다
두 다리 내려뜨리고 걸터앉아
가만히 눈감고
고슬고슬한 추억 담으니
행복한 웃음 입가로 번져간다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어
용량에 한계가 넘칠라 하면
힘이 부치고 버거워
짧은 숨을 몰아쉰다
예견 없이 불쑥 바쁜 시간에
다리가 되어주고 힘을 더하는 열정
가슴 언저리 한편에는
항상 그리움 한 조각 실어놓고
기약 없이 휘익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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