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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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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공간

신사와 빵

복담이 2022. 12. 19. 10:06

빵과 산타 신사


겨울학기 두 주를 남기고 8시에 강의를 마치고
저녁 9시 천안급행 전철을 평택에서 탔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매우 추웠던 날 밤 10시 10분쯤 노량진에서
40대 중반 즈음된 멋진 신사 전철을 타자마자 배낭을 뒤지더니
회색 캐시미어 목도리를 코트 속에 두루는 모습이
내 아들 모습과 흡사해서 나도 모르게 바라보고 빙긋이 웃으며
추운 밖에서 둘러야 따뜻했을 텐데요

신사도 따라 웃으며 추위 때문인지 붉어진 얼굴로
한 번 두 번 감아 맵시 나게 묶는다
그리고 이내 배낭 속에서 큼직한 봉지를 네게 건넨다
비닐 속에 누런색이 비치기에 바나나인 줄 알았는데
바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의 빵이었다
뜻밖에 선물을 받아 들고 순간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난 줄 것이 없어요
가족들과 나눌 것을 내게 주어서 괜찮을까요
다음 용산역에서 내립니다
마음도 급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말을 전하고 내렸다

영하의 날씨지만 오랜만에 온기를 느낀 날이었습니다
한편으로 크리스마스 날이 가까이 오는데
바로 저 신사가 내게 선물을 준 산타가 아닐까
용산에서 내려 경의선 문산행을 바꿔 타고
집에 도착하고 빵 봉지를 풀어보니 커다란 빵 세 개가 들어있었다
계피향이 가득 이제껏 본 중에 제일 큼직한 빵 먹음직스러웠다
받은 만큼 내게 나누며 살아가라는 뜻일 게다
후덕하고 넉넉한 베풂을 지닌 젊은 산타 신사에게
감사하는 마음 가지며 글을 씁니다

빵이 커서 두 개를 꺼내어 펼쳤습니다

봉지를 풀어보니 이렇게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