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약속 /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갈대 /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추억: 백남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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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든 11월의 첫주
이쁘고도 곱게 물들은 나무 잎들은
3일을 두고 내리는 초겨울 속 문턱을
차거운 비속에..
잦은 바람에..
견디어 내지 못하고
가지에 붙어 있던 곳에서
땅으로 내려 앉기 시작한다.
천상병 시인님의 詩 ...
요즘같은 계절에 마음에 더욱 새겨두고
읽고 감상하는 詩라고 느껴봅니다.
시인의 마음과 맑은 영혼의 세계를 느끼며
한귀절 한귀절 읽어 내려 갈때마다..
진한 감동과 더불어 삶의 참 의미를 느끼게 됩니다.
내가 가는 길마다.. 내가 서 있는 곳마다..
2012.11월 6일.복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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