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여름 달밤
얼마만큼이나 나란히
이슬을 맞으며 앉아 있었을까
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
- 조병화님의 <첫사랑> 중에서
두근거리는 가슴 들킬까봐
애꿎은 손톱만 깨물다가
그때부터 조금씩
가슴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
- 이해인님의 <첫사랑> 중에서
초등학교 3학년때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 서정주님의 <첫사랑의 詩> 중에서
만나는 순간보다
기다림에 가슴 설레요
사랑이란 말보다 그윽한
눈빛이 부끄러워요
만남보다
헤어짐의 애틋함을
소중히
간직해요
- 김윤식님의 <첫사랑> 중에서
하얀 손 정답게 내밀며
빨갛게 익은 사과를 건네 주던 그대
연분홍 빛깔의 가을 열매로
난생 처음 난 그리움을 배웠다
- 시마자키 토오손의 <첫사랑> 중에서
잘못도 없이
괜히 가슴만 두근거리는
저 눈부신 한 때의 프락치 사건
- 박정만님의 <첫사랑> 중에서
그런가 하면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와
성숙한 눈으로 돌아보는 시
또는,
비록 이룰 수 없으나
마음에 담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시에 이르면,
첫사랑은 지금
혼자 우는 숨죽인 모든 소리 속에 있다
코 밑에는 듬성듬성 수염이 돋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침이슬 이슬 맘을 졸이는
단풍 단풍 내려앉는 갈참나무
산비둘기 밭은 울음소리에
갈바람으로 흘러가는 첫사랑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랑이 살그래
바다로 흘러간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개에 밀려 안개가 걷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