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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담

만해 박물관(강원 인제,고향탐방) 본문

쉼터공간

만해 박물관(강원 인제,고향탐방)

복담이 2022. 2. 12. 23:27

아리랑(Arirang) 폴모리아(Paul Mauriat)

 

 

 

님의 침묵 /  만해 한 용 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의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인지라

만날때에 미리 떠날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만해의 대표작 중의 한 편이며 발표 당시는 [님]이아닌 [임]으로 썼음,

여기서의 [님]은 잃어버린 조국, 혹은 부처, 애인 등을 뜻한다고 볼 수 있음>

 

 

알수 없어요 /  卍海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서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이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이별  / 만해 한용운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데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 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 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가도

마음은 붉어갑니다

피는 식어가도

눈물은 더워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더라도

희망의 언덕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셀카 사진이기에 배경에 글씨가 거꾸로 보입니다^^

 

 

 

 

 

 

 

 

 

 

셀타로 사진을~~뒤에서 걷는 내친구들이 보여요^^

 

 

 

 

 

 

 

만해 문학 마을은 인제읍을 지나

백담사로 진입하기 전 중간 지점에 있습니다

백담사는 많이 알려져 다녀가는 분들이 많지만요

이곳 박물관은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인제 읍내에 산촌 박물관, 박인환 문학관이 있습니다.

 

 

 

어우렁 더우렁 / 만해 한용운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 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 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 말 안 되게...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 보자 

 

- 만해 한용운(1879~19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