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몰랐던 세 가지'의 逆襲(역습

'한국인만 몰랐던 세 가지'의 逆襲(역습)   '우리가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남북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中·日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1년 지나도 無神經 無知 無感覺 실상 넘어선 자만심은 虛像일 뿐, 共同體 뒤엎는 세력에 단호해야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2014년을 시작하는 첫 칼럼에서 나는 '한국인들만 모르는 세 가지'를 언급했었다. '첫째가 한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잘사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둘째가 한국인은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대치상황(북한과)에 놓여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인은 이웃인 중국과 일본이 얼마나 강하고 두려운 존재인지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 셋째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4년 세밑, 그 세 가지 '모름'이 우리의 무신경, 무지, 무감각의 벽을 넘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음을 본다. 우리가 무시했거나 의도적으로 등한시한 죄(罪?)로 벌(罰)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첫째의 경종이 철도노조의 파업 사태다. 평균연봉 6300만원의 근로자가 국민의 발을 인질로 시작한 파업은 급기야 정치투쟁으로 변질하고 있다. 원래 파업은 배고픈 사람,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존 게임이다. 그런데 지금의 파업은 잘사는 사람, 배부른 사람의 투정으로 발전했다. 우리 사회는 온통 이기주의투성이고 집단이기주의는 기회주의자들의 정쟁(政爭)에 악용되고 있다. 이제 이 정권하에서 민영화는 물 건너갔다. 어찌 보면 노조가 이긴 셈이다. 우리는 우리가 제법 잘사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까먹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고 있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전쟁 위협은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래도 자기 아버지 세력보다는  덜 시대착오적일 것으로 기대했던 김정은 집단은 장성택 처형을 시작으로 공포정치의 광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제는 공공연히 "전쟁은 광고 없이 일어난다"고  호언하며 대남 공격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에는 어떤 작은 뒤틀림 하나가 곧바로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남북 간의 경제력 차이, 군사력 격차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게다가 북한의 이념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남쪽에서 활개 치는 농도가 짙어지고 빈도가 늘어났다. 이석기의 RO 사건, 통진당의 해산 청구 등이 그 단적인 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의 장점으로 다양성을 거론하며 그것들이 '있을 수 있는 반대'인 양 포용을 호도한다. 하지만 우리 삶의 방식과 그 터전의 근본을 바꾸려는 것, 즉 체제 전복은 다양성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은 '도와주는 이웃'으로부터 서로의 울타리를 넘보고 상대방을 압도하려는  '위험한 이웃'으로 변질하고 있다.   아베가 이끄는 일본은 이제 한국의 우려와 충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2차대전 이전의 일본으로 복귀하려는 듯한 망령에 사로잡혀 있고, 시진핑의 중국 역시 중화주의와 패권주의를 앞세워 '군림하는 중국'을 드라이브하고 있다. 우리는 한때 두 나라 사이에서  '균형자' 노릇을 자처하기도 했고(노무현 시절), 아시아 중심국가를 지향하기도 했다(MB 시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는 그들에게 놀림감 취급을 받았음직하다. 한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있는 제주도의 해군기지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내부의 이전투구에 휘말려 있는 한국을 보며 저들은 속으로 우리를 꽤나 얕봤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잘살고 있고, 그러면 북한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더 나아가 동북아에서 균형자 노릇을 할 수 있으리라는  자만심은 허상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를 실물대(實物大) 이상으로 여기고 우리가 이 정도로도 대단한 세계 국가로 나갈 수 있는 양 만만하게 보아왔다는 데 있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내부의 전쟁'에 휘말려 있다. 그것은 반대나 이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증오와 저주의 대립이다. 거기에는 논리도 없고 설득의 여지도 없다. 무작정 '너는 싫다' '너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원수의 감정만 있다. 누구는 그것이 소통 부재(不通)의 문제라고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소통 이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17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철도노조를 개혁하겠다는데 야당·좌파·친북·종북 세력이 연대해서 민영화 반대를 넘어 정권 퇴진을 들고 나오는 것은 합법적 정부를 전복하려는 기도나 마찬가지다.   스파이(安保) 조직인 국정원에 족쇄를 채우려는 야권의 의도는 불순하다.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면 선거 때 심판하면 된다. 상황은 점차 단순히 파업이나 시위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반대 측은 공공연히 정권 퇴진을 내걸고 나올 것이다.   민노총 등의 의도가 민영화나 제2 철도 반대에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국민은 이 투쟁에 명백히 선을 긋고  그들의 의도를 냉엄히 심판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켜내는 일은 이 공동체를 흔들고 뒤집으려는 세력을 국민 일반과 분리해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최소한의 愛國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