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는 한가한 어느 오후 시간, 많은 시민들이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서울역 광장을 지나치는 가운데 몇 명의 대학생 또래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흥겨운 음악이 나온다.
바로 새롭게 개사 된 '독도는 우리 땅' 음악. 반주 음악이 시작되면서 한 여학생의 큰 목소리가 뒤를 잇는다. 모여든 학생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가미된다. 젊은이들의 플레시 몹이 서울역 광장에서 시작돼 한 낮 시민들의 마음과 눈을 즐겁게 한 것이다.
지난 5월 초 어느 날 일이다.
"러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 땅." 약간 목이 쉰 듯한 음성이지만 시민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0명에서 20명, 50명, 100여 명으로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박수와 춤사위로 흥이 가해지자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행동에 시선을 고정한다.
1.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87K,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경상북도 울릉군 을릉읍 독도리 동경 132 북위 37 평균기온 13도 강수량은 1800 독도는 우리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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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절이 끝나자 다시 누군가 여학생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여러분 이제 전 국민이 한자리에 모여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큰 목소리로 외쳐야할 때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독도는 언제나 우리 땅입니다."
3. 러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 땅,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87K,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독도는 우리 땅 독도는 우리땅!
박수가 이어진다 "잘했다"하는 목소리도 함께 섞인다. 이 날 시민들은 춤사위를 펼치는 학생들을 빙 둘러싸고 팔짱을 끼고 미소 띤 얼굴로 쳐다보거나 학생들 사이로 들어가 카메라셔터를 누르는 등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3분44초 진행되는 짧은 플레시 몹이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감동으로 다가온다.
'플레시 몹'이란 미리 정한 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약속한 행동을 한 후 바로 흩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군중 행위를 말한다.
주로 유럽의 역이나 공원 같은데서 하는 이 행위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자주 선을 보인다. 3.1절이나 8.15 광복절에 서울광장이나 서울역, 청계광장 등에서 태극기를 주제로 이런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 12일 오후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도 펼쳐져 행인들의 눈을 즐겁고 신선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3일에는 유니세프 부산 대학생 봉사단으로 편성된 국내 최대 인원 1천명이 김해 국제공항에서 흥겨운 가락에 맞춰 통일된 율동으로 플레시 몹을 펼쳐 한국을 찾은 관광객의 눈을 휘둥그래지게 하기도 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