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문어 한 마리가 굴 앞에 앉아 눈을 부라리고 있었어요. 그때 맞은편 바위 뒤에서 게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그런데 게라면 사족을 못 쓰는 문어가 오늘따라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게가 문어를 약 올리듯 가다 말고 딱 멈춰 서 보았지만, 문어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어요. 성문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굴 앞을 딱 가로막고서 꼼짝달싹 안 했지요. 혹시 굴 속에 아주 소중한 보물이라도 숨겨 둔 걸까요?
동굴에서 살아요
문어는 몸에 뼈가 없고 머리에 다리가 붙어 있어요. 뼈가 없고 살과 내장으로만 되어 있는 동물을 연체동물이라고 하는데, 문어는 그 중에서도 머리에 다리가 붙은 ‘두족류’에 속하지요.
두족류에는 우리가 잘 아는 오징어, 낙지, 꼴뚜기 등이 포함되는데, 문어는 그 가운데 가장 큰 동물로 바다 밑바닥에 있는 바위틈이나 구멍 속에 머물러 살아요. 문어는 배가 고프면 바다 밑바닥을 기어다니며 사냥을 하는데, 조개, 게, 새우, 크고 작은 물고기 등 걸려드는 것은 가리지 않고 잡아먹어요.
그런데 먹성 좋은 문어도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굴 속에서 꼼짝하지 않을 때가 있답니다. 산란기를 맞은 암컷들이 굴 속에 알을 낳고 알 동굴을 지킬 때 말이에요.
- 바위 동굴을 지키는 철벽 수문장
봄에 짝짓기를 한 엄마 문어는 덩어리진 알을 수만 개 낳아 보금자리인 굴 천장에 매달아 놓아요. 그리고 동굴 입구를 가로막고 앉아, 두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주위를 살피지요. 문어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게와 작은 물고기들이 굴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며 호시탐탐 문어 알을 먹을 기회를 엿보거든요.
그러니 엄마 문어가 어떻게 굴을 비울 수 있겠어요? 엄마 문어는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올 때까지 몇 달 동안 굴 앞에 앉아서 꼼짝달싹하지 않는답니다. 먹이 사냥도 하지 않고 쫄쫄 굶으면서 오로지 알만 지키지요. 알이 무사히 부화하려면 동굴 속으로 산소를 많이 담고 있는 신선한 물이 계속 흘러 들어야 해요. 그 때문에 엄마 문어는 내내 굶어 반쪽이 되어 있으면서도 굴 속으로 새 물이 계속 흘러 들도록 쉴 새 없이 다리를 놀리기까지 한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면 엄마 문어는 그만 기운이 빠져 숨을 거두고 만답니다. 몇 달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알 동굴을 지키느라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예요.
엄마는 없지만
알주머니를 찢고 나온 새끼 문어들은 눈송이처럼 작아요. 그 탓에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지 못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물결에 휩쓸려 가게 되지요. 이제부터 새끼 문어들은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떠돌며 숱한 위기와 맞닥뜨리게 될 거예요. 자기들을 지켜 주기 위해 생명까지 바친 엄마 문어의 큰 희생이 그때마다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한가지 더 알아볼까요!] 몸빛을 바꾸어 이야기를 나누어요
문어는 눈이 우리와 비슷해요. 사물의 모양과 색깔을 구별할 수 있고 눈을 깜빡거릴 수도 있지요. 그래서 문어는 몸의 무늬와 색깔을 바꾸어 다른 문어와 이야기를 나눈답니다.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려고 할 때 다른 수컷이 나타나면 몸에 번쩍거리는 얼룩무늬를 만들어 경고하기도 하고, 서로 좋아하는 감정도 색깔로 전달하지요.
[NIE 신문의로 공부해요]
*몸에 뼈가 없이 살과 내장으로만 되어 있는 동물을 무엇이라고 부를까요?
①극피동물 ②자포동물 ③연체동물 ④절지동물
*문어는 다른 문어와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나눌까요?
/ 햇살과나무꾼 글, 이선주 그림- "동화마을 어린이에게 보여주려고 옮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