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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담

누이야 날이 저문다 / 김용택 본문

명시

누이야 날이 저문다 / 김용택

복담이 2017. 2. 1. 21:36





      누이야 날이 저문다 / 김용택  


      누이야 날이 저문다
      저뭄을 따라가며
      소리없이 저물어 가는 강물을 바라보아라
      풀꽃 한 송이가 쓸쓸히 웃으며
      배고픈 마음을 기대오리라
      그러면 다정히 내려다보며, 오 너는 눈이 젖어 있구나

      --배가 고파
      --바람 때문이야
      --바람이 없는데?
      --아냐, 우린 바람을 생각했어

      해는 지는데 건너지 못할 강물은 넓어져
      오빠는 또 거기서 머리 흔들며 잦아지는구나
      아마 선명한 무명꽃으로
      피를 토하며, 토한 피 물에 어린다

      누이야 저뭄의 끝은 언제나 물가였다
      배고픈 허기로 저문 물을 바라보면 안다
      밥으로 배 채워지지 않은 우리들의 멀고 먼 허기를

      누이야
      가문 가슴 같은 강물에 풀꽃 몇 송이를 띄우고
      나는 어둑어둑 돌아간다
      밤이 저렇게 넉넉하게 오는데
      부릴 수 없는 잠을 지고
      누이야, 잠 없는 밤이 그렇게 날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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