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은 사업하는 데 있어 그 근본이 된다. (德)
남대문 안 어느 탁주 장수가 개점(開店)한 첫날 해장국을 끓여서 파루(罷漏-
통금 해제) 즉시 가게문을 열고 등불을 걸었습니다.
한 상주(喪主)가 혼자 들어와 해장국에 술 한 잔을 청해 먹고나더니 곧 재차
삼차 청해 먹고 나가면서 '내 돈이 없소. 이담에 갚으리다.'하였습니다.
탁주 장수는 개점 첫 마수 손님이었으나 '그럽시다.'하며 보냈습니다.
그 상주가 나간 후에 술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서 진종일 밥 먹을 겨를도
없이 술을 팔았습니다. 이튼날도, 또 그 다음날도…
이렇게 하여 술도 한결같이 잘 팔려서 1년 미만에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어느덧 상주와 가까워진 술장수는 그 상주와 상의 끝에 가게를 팔기로 하고 내놓으니, 어느 사람이 그술집이 술이 잘 팔린다는 소문에
집값을 두둑히 지불하고 샀습니다.
새주인이 술을 수십 항아리 빚은 연후에 해장국을 끓이고 파루 즉시 가게를
열고 등불을 달았습니다.
그랬더니 전주인이 가게를 시작할였을 때처럼 한 상주가 혼자 들어오더니,
해장국과 술을 두 차례시켜먹고 '내 돈이 없어 내일 갚으리다.'하는 것이었습다.
술장수는 화를 내며 상복이라도 잡히고 가라고
하자 상주는 '상복을 너 푼 술값에 잡는단 말야?'고욕을하며 달아났습니다.
따라가던 술집주인이 한 모퉁이를 들어섰을 때 웬 상주가 붙들렸습니다.
술집주인은 다짜고짜 방립(方笠)을 벗기고 볼따귀를 갈기며 욕지거리를 했습니
다. 그런데 이 상주는 처음 다녀간 상주가 아닌 벼슬아치 양반이었습니다.
술집주인은 형조(形曹)로 이송되어 법에 의거 귀양을 가게 되었고, 이 일로
말미암아 가산을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모든 일을 너그럽게 대하면 그 복은 저절로 두터워진다고 합니다.
남의 흉함을 민망하게 여기고, 남의 착함을 즐겁게 여기며, 남의 급함을 도와
주고, 남의 위태로움을 구하여 주라고 하였습니다. <명심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