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모르는 교황 ‘흰색 연기’ 제조법
▲ 13일(현지시각) 가톨릭 추기경들의 교황 선출 회의인 콘클라베 회의 장소인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지붕의 연통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흰색 연기는 교황이 선출됐다는 신호다. 로마/AP 뉴시스
★*… 이번에도 새 교황 선출을 알린 것은 흰색 연기였다. 13일 저녁(현지시각)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흰색 연기’가 피어올랐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든 수만명의 신자들과 관광객들은 ‘프란치스코 1세 시대’의 개막을 환호했다.교황 선출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인 교황 선출 여부를 알리는 흰색과 검은색 연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7)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각)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AP/뉴시스
★*… 교황 선출 여부를 알리는 ‘성스러운 연기’의 색깔을 내는 방법은 공개돼 있지 않다. 성스러운 의식에 걸맞은 신비주의인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터리로도 쉽게 불이 붙고, 연소될 때 흰색 입자를 방출하는 염소산칼륨을 사용하리라 추측하고 있다. 검은색 연기를 낼 때에도 이 염소산칼륨에 검은 염료를 섞으면 된다고 한다.
새 교황, 버스로 출퇴근하고 단칸방에 살았다
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 프란체스코 1세 아르헨티나 베르골리오 추기경 266대 교황에 선출 전용 자가용 마다하고 버스 이용 ‘청빈’ 생활 눈길
★*…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7)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각)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시리아 출신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첫 비유럽권 교황이자, 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이 탄생한 것이다. 사상 최초로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 출신 교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출생 배경을 근거로, 콘클라베가 남미를 비롯한 제3세계와 유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선택’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13일 저녁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아르헨티나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호명됐다. 콘클라베 개막 이틀 만에, 투표 5번 만에 115명의 추기경단으로부터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새 교황이 탄생한 것이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체스코 1세를 선택했다. 교황 프란체스코 1세는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좋은 저녁입니다.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알듯이 콘클라베는 로마에 주교를 앉히는 것이다. 내 동료 추기경들이 거의 세상의 끝으로 간 것처럼 보인다”며 웃었다.
지난달 600여년만에 처음으로 교황이 생전 사임하면서 열리게 된 이번 콘클라베는 초반 선두주자가 없어 누가 새 교황이 될지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렸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2005년 교황 선출 당시에는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됐으나, 이번에는 10여명의 후보군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나마 안젤로 스콜라(72) 이탈리아 밀라노 대주교가 새로운 교황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콘클라베는 남미 출신 교황을 깜짝 선택했다. 전임 교황의 비밀문서 유출사건인 ‘바티리크스’와 내부 권력투쟁에 연루된 이탈리아인 대신 최대 가톨릭 인구를 보유한 남미 출신 교황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프란체스코 1세가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계 철도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에 대한 이탈리아 쪽의 반감을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교황 선출. 뉴시스
★*… 프란체스코 1세는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걸었고, 1980년에는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의 원장이 됐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돌아와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가 됐고, 2001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평생을 보수적인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에서 목자로 활동해온 그는 바티칸 행정가가 아닌 목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위 성직자에게 제공되는 전용 자가용을 마다한 채 버스로 이동하고, 식사를 손수 준비할 정도로 청빈한 생활을 해온 점도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가톨릭 전문가들은 프란체스코 1세의 청빈한 삶이 각종 부패 추문으로 곤경에 처한 바티칸의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교황은 동성결혼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교리적으로는 보수적이어서 전임 베네딕토 16세와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빈곤과 같은 사회문제에는 적극적인 사랑을 실천해 온 인물로도 평가받는다...전정윤 기자
새 교황 탄생의 비밀? 개혁과 보수의 절묘한 타협
바티칸 내부자 아니지만 교황 직속인 예수회 출신 가톨릭 관료주의 개혁 작업 진행될 것으로 예측
▲ 교리에서는 보수적, 사회문제에서는 개혁적, 바티칸과의 관계에서는 비내부자, 출신에서는 비유럽./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7)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각)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AP/뉴시스
★*…226대 새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1세에 대한 요약이다. 교리에서 보수적인 유럽 출신의 바티칸 내부자이고, 사회문제에서도 중도적 성향을 넘지 못했던 기존 교황과는 많은 다른 측면을 지닌 것이다. 프란치스코 1세의 교황 선출은 그만큼 가톨릭이 새로운 환경과 과제에 처해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출된 것으로 보인다.애초는 젊고 개혁적인 교황의 탄생에 대한 교회 안팎의 기대와 기존 가톨릭의 주류 질서와의 타협이 프란치스코 1세의 교황 선출로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가톨릭 신자의 40%가 몰려있는 중남미 교회의 목소리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데다, 사회불평등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의 선출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동성애와 낙태 등 가톨릭 교회 내의 핵심 논쟁거리 등 교리 측면에서는 기존 교회 주류 세력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프란치스코 1세 선출의 동력이 됐다. 이런 점에서 그의 교황 선출은 ‘신의 선택’이라고 평가된다. 특히, 그의 선출로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사회 불평등을 “하늘에까지 비명이 울리는 사회적 죄”라고 강력히 비판했고,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회의 의무를 강조해왔다. 바티칸 내부자가 아니라는 것도 교회 개혁에 대한 그의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가톨릭 교리 담당자로 일해왔던 전임 베네딕트 16세와는 달리 그는 평생을 바티칸이 아닌 지역 교회에서 평생 종사했다. 보수적인 아르헨티나 교회를 현대화하는데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가 교황의 직속부대라고 할 수 있는 예수회 출신이라는 것은 바티칸에 어느 정도 균형추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그가 가톨릭의 본고장인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인데다, 이탈리아어도 능통해 기존 바티칸 관계자와의 소통에도 안전판이기도 하다. 예수회가 바티칸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나, 애초 탄생이 교황의 직속 선교단으로 출범한데다, 교리 측면에서는 대개 바티칸과 크게 어긋나지 않아왔다. 특히 그는 성 도덕 문제에서는 비타협적이고 원칙적인 보수적 교리를 고수하고 있다.바티칸과의 원만한 관계에다가, 언론과의 접촉 등에서도 그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서 바티칸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이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의 교황 선출은 기존 바티칸 주류 세력들이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개혁적 진영도 수동적 동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의 교황 즉위는 앞으로 사회 참여 속에서 교회의 역할 확대와 함께 가톨릭 관료주의 개혁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안정 속의 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교회가 내홍을 겪는 성도덕 문제와 관련된 핵심 교리가 얽힌 사회문제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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