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鶴… 마주한 두 시선의 맑고 깨끗한 교감이여! ▲ 정선 ‘고산방학도(비단에 채색, 29.2×23.5㎝)’.
독일 성오틸리엔수도원 소장.
★*… 학 같은 마음을 바라노라 그가 학을 풀어 주었다.
학은 날아 오르더니 다시 그에게로 되돌아왔다.
학과 교감을 나누었던 옛이야기의 주인공이 한 둘이 아니며,
그 이야기를 그린 옛 그림이 많이 전한다.
세상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보다
자연 속 한 마리 학과 마음을 나눈 인격이
더욱 고상하다고, 존경했던 전통이다.
▲ 이징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방학도(비단에 수묵, 25.7×29.2㎝)’.
고려대박물관 소장.
★*… 작은 비단 그림에 학과 선비가 그려져 있다.
선비는 바위에 앉아 학을 바라보고,
학은 공중에서 선비를 바라본다.
두 생명체가 눈을 맞추는 순간이 화면의 공간에 절묘하게 배치됐다.
선비의 하얀 도포가 검은 바위로 부각되고,
학의 하얀 몸이 어스름한 선염을 배경으로 선명하다.
그 사이로 흰빛 강이 흐른다.
선비와 학을 잇는 시선(視線)은
이 강물과 교차하면서 화면을 가로지른다.
그림 속 붓질은 조선중기 스타일이다.
힘주어 내리친 터치로 시커멓게 그린 바위가 그러하고,
힘주어 찍어 그은 옷 주름선이 그러하다. 그
런데 선염이 섬세하고 화면 구성이 단순하다.
거친 붓질에도 불구하고 안정과 평온이 느껴진다.
이 그림은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조선중기 뛰어난 화원화가
이징(1581∼약 1645)의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목은 ‘방학도’. ‘방학’(放鶴•학을 놓아 주다)의 주제로
그려진 그림들 가운데 학과 인물의 교감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