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세계문자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문자 올림픽에서 한글이 1위에 올랐다.
2위는 인도의 텔루그 문자, 3위는 영어 알파벳이 차지했다.
대회에는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인도 등 자국에서
창조한 문자를 쓰거나 타국 문자를 차용·개조해 쓰는 나라
27개국이 참가했다.
참가한 각국 학자들은 30여분씩 자국 고유문자의 우수성을
발표했으며, 심사는 미국, 인도, 수단, 스리랑카, 태국, 포르투갈
등 6개국 심사위원이 맡았다. 평가 항목은 문자의 기원과 구조·유형,
글자 수, 글자의 결합능력, 독립성 등이었으며 응용 및 개발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였다.
대회는 '글자로도 올림픽이 가능할까'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9년 10월 자국에서 창조한 문자를 가진 나라 16개국이 모여
문자의 우수성을 겨뤘고, 문자의 우열을 가리는
세계 첫 공식대회의 시작이었다.
이 대회에서도 한글이 1위를 차지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문자가 뒤를 이었다.
이번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양하 전 주 레바논 대사는
"국가가 개입하면 대회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어 학자를 중심으로
민간 차원에서 대회를 열었다"며 "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아프리카의
몇몇 국립대 교수가 문자가 없는 자국의 현실을 소개하며 한글을 보급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사는 "영어 알파벳 26자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300여개에
불과하지만 한글 24자로는 이론상 1만1천여개, 실제로 8천700여개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며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정보전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한글 발표자로 나섰던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는 "각국의 뛰어난 학자들이 모여 발표자와 심사위원으로 나섰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 결과 한글이 최고라는 게 검증됐고, 론의 여지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참가한 각국의 학자들은 대회 마지막 날
'방콕 선언문'을 발표, 자국 대학에 한국어 전문학과와 한국어 단기반 등을
설치하는 등 한글 보급에 힘쓰기로 했다. 이 전 대사는 "문자는 언어와
달리 쉽게 변하지 않는 데다 이번 대회에 창조, 개조 문자까지 참가한 만큼
사실상 문자올림픽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