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과 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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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장군과 제독 이라는 호칭을 사용 하는데
역사적 배경을 알아 볼까요?
충무공 영정
충무공 이순신은 장군이라고 불러야할까요?
제독이라고 불러야할까요?
몇년전 KBS 드라마‘칼의 노래’가 방영될 때
몇몇 인터넷 군사동호회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주제였습니다.
장군?
제독??
오늘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이 호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7년 12월,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
참석한 장군과 제독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육군과 공군, 해병대의 장성을 장군 (General) 이라고 부르고
해군 장성을 제독 (Admiral) 이라고 엄밀히 구분해서 부르는 것은
서구사회의 오랜 전통이었습니다.
라틴어의 제네라리스(General-is)의 어근인 'Gener' (제넬)은 원래
‘모든 종족의 계급, 계층
또는 종족에게 권한을 미치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지요.
이것이 고대 프랑스어를 거쳐 서구에 정착한
단어 가바로 ‘General'이었습니다.
전군의 총지휘관을 뜻했던 ‘General’은 16~17세기 프랑스군에서
야전군(사단급 부대) 지휘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이즈음부터 프랑스군은 소장(少將)을
‘사단의 장군’ (General de Division),
중장은 ‘군단의 장군’,
대장은‘군의 장군’으로 불렀습니다.
나폴레옹 황제와 그의 장군들.
동양에서의 ‘장군’(將軍)은 기원 전 2, 3세기
‘고대율령제' 국가였던
중국‘주’(周)나라의 군제(軍制)에서 유래하고 있는데,
‘손자병법’에서는 장(將)을
천자를 보좌하는 최고의 군 참모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군이라는 용어는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육정(六停)과 구서당(九誓幢) 등
신라 군부대의 최고 지휘관을 장군이라고 불렀고,
발해의 중앙군인 십위(十衛)의 지휘관도
대장군·장군으로 호칭했으며,
고려 시대에도 최고위급 무관을
상장군·대장군·장군 등으로 불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3, 4품급 무관들을 지칭할 때
절충장군·진위장군 등의 호칭을 사용했죠.
육군 오성기
현대 국가에서 군의 원수 계급은
전시 등 특수한 상황에서
군의 규모와 동맹국간의 연합작전 등을 고려해서
임명되는 군인의 최고 직위입니다.
우리 나라의 군인사법도
'전시에 한해 공적이 현저한 대장 중에 임명이 가능하다'고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원수(元帥)를 뜻하는 영어 'Marshal'은
고대 프랑스어로 주군(主君)의 말을 관리하는 가신(家臣)이나
종자(從者)를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14세기 초에 프랑스군은 ‘Marshal de France'라는
총사령관 직책을 두었고,
17세기 이후 서구 각국에서는
‘원수’가 군의 최고 계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에서는 1차 대전 당시 유럽 원정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퍼싱’ 장군이
미군 최초의 '원수' (General of the Army)가 됩니다.
제2차 대전 당시 미군에선 5명의 육군 원수와
3명의 해군 원수 (Admiral of the Fleet)가 탄생했지만,
그 이후에는 임명된 원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해군의 장성을 뜻하는
‘제독’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 합니다.
첫 번째는 고대 페니키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인데,
활발한 해상교역을 통해 번성했던 페니키아인들이
자신들의 해상 고위지휘관 직함을
'Amiral' (아미랄)이라고 불렀다는 것이죠.
직접적으로 영어 'Admiral'의 어원이 된 아랍어 amir-al-ma,
am ir-al, amiral은 ‘바다의 귀족’,
‘바다에서 뛰어난 일을 행하는
높은 지위의 힘 있는 신분’을 나타내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설은
‘훌륭한’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admirabilis’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입니다.
서양에서 제독을 뜻하는 'Admiral'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근대국가 출현 이후 해군 조직이 기반을 잡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동양에서는 ‘Admiral’을
제독(提督)이라는 어휘로 풀이해 쓰고 있는데,
그 말은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 사용했던 관직 호칭으로서
주요한 성(省)의 수륙양군을 통솔하는 무관
최고의 벼슬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므로 ‘제독’은
해군의 장수만을 의미하는 말은 아니었고,
육군과 해군을 불문하고 최고 사령관에게 제독 칭호를 사용했던 것이죠.
지금처럼 ‘제독’이
해군의 고위 장교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한 것은
근대 이후 일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일본이 영어 ‘Admiral'을
중국의 관직인 ‘제독’으로 번역한 것이죠.
그런데 서양에서도 'General'에 비해
‘Admiral'의 호칭은 비교적 늦게까지 일반화되지 못했는데,
그것은 육상전투나 해상전투를 불문하고
싸우는 주체가 무기를 든 전사들이었으며
단순한 군사 조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므로 제독의 호칭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유럽에서 근대 국가가 출현하고
해군 조직의 기반이 갖추어 지기 시작한 때부터였습니다.
14세기 이후 'Admiral'은
함대의 총사령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죠.
중장 계급의 'Vice Admiral'은 라틴어로 대리(代理)
또는 후계(後繼)를 뜻하는 Visa, Vice에서 유래했습니다.
해군 소장 ‘Rear Admiral'은
범선시대에 함대를 전방(Van), 주력(Main), 후방(Rear)으로 나누어
배치한데서 나온 계급이죠.
현행 한국 해군 제독의 계급장과 수장.
(이미지 출처 = 해군본부 홈페이지)
그렇다면 충무공은
장군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제독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일반인들은 ‘이순신 장군’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고,
해군에선 꼭‘이순신 제독"이라고 부릅니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은
‘삼도 수군통제사’,
오늘 날로 따지자면 ‘해군 참모총장’이나
'함대 총사령관’에 해당하는 직책이었습니다.
당시에
육군과 수군은 서로 분리된 조직이 아니었고,
육군의 장수들이 수군의 지휘관을 맡았습니다.
충무공의 경우도 대부분의 세월을
육군으로 변경 지방에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충무공의 유명한 전공이
주로 수사, 통제사 시절 해전에서 거둔 것이죠.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꼭 꼬집어 어느 쪽이 틀렸다고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 관직인 ‘제독’이라는 단어에는
사대주의적 발상이 깃들여 있다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충무공이 1596년, 명나라 황제로부터 ‘제독’ 벼슬을 하사받았지만,
위에서 말씀 드린 대로 이것은 해상지휘관을 뜻 한다기보다
명나라 관직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주)
그렇게 따지자면
‘장군’이라는 말도 마찬가지겠지요.
사실 이순신 ‘제독’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낯설지 않게 들리게 된 건
해군의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입니다.
지난 독도함 진수식에서 치사를 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순신 제독’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지요.
충무공의 호칭문제는
육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취약한
해군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군사문제용어 미니상식’
한국해군 홈페이지, 국방일보 김병륜 기자의
기사를 참고로 썼음을 밝혀 둡니다.)
대한민국 육군가